장민승+정재일(Feat. DJ Soulscape) 전


『스피어즈 Spheres』는 특정 장소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성 작업이다. 이 작업은 특정 장소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 의미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개개인의 다양한 기억과 감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를 음악적, 시각적으로 해석하여 기존 장소로부터 낯설고도 새로운 장소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가 이르고자 하는 지점이다.
첫 번째 작업은 소격동에 위치한 옛 기무사령부 건물을 소재로 한 「A. Intermission」으로서 2009년 Platform in Kimusa 전을 통해 선보인 바 있다. 이에 이은 두 번째 작업 『Spheres』는 해방 직후 형성된 군소공장 밀집지역, 문래동 3가와 그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곳은 예술창작촌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된 지역이기도 하다.

실외에서 이루어지는 『Spheres』는 근래에 많이 사용되는 음원 재생장치인 스마트폰을 활용한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 내에서만 실현이 가능했던 기존의 공공 음악 프로젝트와 달리 스마트폰을 이용한 공공 프로젝트는 감상자들이 항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공적 프로젝트를 사적 경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스피어즈』의 감상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고안한 어플리케이션 "Spheres"를 다운로드 하는 것으로부터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내장된 GPS와 지도를 이용하여 문래동 내 여섯 개의 지점으로 감상자를 안내하고 감상자가 각 지점에 이르면 미리 프로그램 된 음악들을 재생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래동이라는 장소에서 오래된 도시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Spheres』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문래동에 속한 사람도 낯선 외지인도 아닌 위치에 있고자 했다. 이는 오래된 공장지대의 모습을 향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피상적인 감상에 머무르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간의 내부로 침몰하여 익숙해지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근래 문래동 인근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예술 활동이 모든 사람들에게 '예술'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문래동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그 어떤 시각적 장치도 덧붙이지 않았다. 이것이 문래동이라는 공간을 그 자체로서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감상자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이 작품의 감상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에 입력된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감상자는 문래동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열차, 기계 소리 등 주변 환경의 소리가 음악 위에 덧입혀지는 다층적인 소리 풍경(soundscape)을 문래동의 풍경과 함께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감상의 경험은 감상자 저마다가 처한 상황에 따라, 즉 감상자가 문래동을 방문한 날의 날씨와 시간, 감상자의 위치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감상은 매번 다른, 특별한 것이 된다. 이 같은 감상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문래동이라는 특정 장소의 역사적, 문화적, 건축사적 의미가 아니라 그 공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개개인의 다양한 기억들과 감정들이다. 문래동이라는 낯선 일상의 공간을 오고 갔던, 그리고 오고 갈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이 『Spheres』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