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에 물주기

나는 불 사이에 갇혔다.그 열광적 불꽃 사이에 서서 피부를 그을리며
대상을 환유하는 것으로 찰나를 지연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_작가노트에서
 
  
<죽은 나무에 물주기>전은 김도희의 6년만의 개인전이다. 5월 22일부터 6월 8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콘크리트 시계>라는 제목으로 하루 24시간씩 총 18일 동안 전시 공간에만 머문다. 작가가 머무는 인사미술공간은 애초에 주택으로 지어진 것이지만 전시장 및 사무실로 용도변경이 된 곳이다. 일반적 주택의 특성상 좁고 천정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변경 시 있던 창문은 모두 회칠해 막혔고 별도의 제습기를 24시간 돌려야 할 정도로 습하며 한 점의 바람도 없다. 특히 커다란 벽들이 사이를 막고 있는 2층공간은 최소한의 마감만 되어 있는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로 어둡고 거칠게 개조되었다.
이곳에서 작가는 외부에서 제공하는 반입품, 그리고 감상자와의 우연한 만남에 의지하고 반응하며 지낸다. 18일 동안 먹고 자고 씻는 등 최소한의 생존활동을 포함, 모든 편의를 해결하기 위한 필연적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활동과 심리와 신체적 변화 등등을 기록한다. 기록의 일부는 별도의 온라인 전시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내용은 전시 후에 정리되어 도록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본 퍼포먼스에 참여를 원하는 감상자는 식품을 포함한 물품을 '서울시 종로구 원서동 90번지 인사미술공간 콘크리트 시계 (우:110-280)'로 택배 또는 직접 전달 할 수 있다. 참여자에게는 추후 전시 도록이 배송된다고 한다.

   실패한 예술가의 머리, 나무, 철 근,쇠사슬,2011   


멧돼지조심, video, 3min 7sec, 2011

이렇게 자칫 치명적일 수 있는 물리적 환경과 예측이 어려운 우연 속에 자신을 던져놓고 작가가 시도하려는 것은과연 무엇일까.
작가는 무수한 의미부여 행위가 진실을 알 수 없는 인간이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와 한계에 대항하여 삶을 지속하기 위해 지속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환유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이 삶을 환유하기를 멈추는 것(자살)과 삶을 견디기 위해 환유체계가 뒤틀리는 것(광기) 등을 눈앞에 꺼내어 놓고 곱씹으라는 듯 <실패한 예술가의 머리>, 자살로 죽은 자들의 옷을 세탁하는 낡은 세탁기, 높은 고가도로에서 추락하는 냉장고의 영상 <죽은 누이를 위한 곡>, 작은 화면에서 분열적으로 분노를 토해내는 <멧돼지 조심> 등의 작업을 우리 앞에 펼쳐둔다. 게다가 작가 자신은 이러한 작업들이 설치된 공간에서 홀로 18일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가치상실과 혼돈의 시대에서 심화되는 절망과 무력감을 고백하고 그 징벌로써 자기
<죽은 나무에 물주기>전은 전시가 열리는 5월 22일부터 6월 8일 마지막 날까지 작가 김도희의 ‘숨’은 공간에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이고 그렇게 그의 숨이 채워진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경험되고 사유될 것인가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자신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감상의 대상으로 하찮게 내려놓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그는 세상과 자신의 삶에서 쌓이는 기만행위와 역겨움이 어떤 정화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화의 시간은 자신을 감상하며 스스로를 다스리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여전히 ‘숨’이 붙어 있다는 사실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희망이길 바란다며 앞으로 18일 동안 자신의 숨과 행간의 긴장감으로 폐쇄된 시공간을 견뎌나갈 생각이라고 설명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