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담배갑:프로이센의 프레드리히 대왕의 컬렉션, 1755
요하네스 체켈, 성체안치기, 1705
색-백 가운, 1760-65
토리아·알버트박물관의 기획으로 시작된 이번 전시는 17-18세기 유럽 최상위 지배계층이 향유했던 최고급 장식품을 주제로 한다. 2005년 용산 이전 재개관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은 정기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를 개최해 왔는데,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기획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은 모두 영국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 소장품이다.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은 장식 미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컬렉션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17-18세기 유물이 손꼽힌다. 상설전시실 중 ‘1600-1800년 유럽’ 전시관이 리노베이션에 들어감에 따라 그곳에 전시되던 작품들을 우리나라에서 감상할 기회를 맞게 되었다.
빅토리아․알버트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7-18세기 유물은 회화, 조각, 자기, 유리, 금속, 가구, 직물을 비롯하여 복식, 판화, 드로잉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가 폭넓은데, 그 가운데 101건이 이번 전시를 위해 엄선되었다. 전시품은 당대 유럽에서 권력과 부를 갖춘 계층이 주문하거나 사용한 것으로, 그 중 상당수가 이름난 장인의 손에서 제작되었다. 제작지도 북쪽으로는 스웨덴, 남쪽으로는 에스파냐, 서쪽으로는 포르투갈, 동쪽으로는 러시아까지 유럽대륙 전역을 아우른다. 이때는 각국에서 무역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식민지를 건설했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들여 온 값비싼 희귀 재료가 이러한 장식품을 제작하는 데 많이 사용되었다.
이 전시에서는 유럽 궁정의 삶에서 중요했던 면면을 테마로 삼았다. 1600-1800년 유럽의 권력과 후원을 살펴보는 섹션을 시작으로, 궁정 생활의 네 가지 측면인 전쟁의 중요성, 종교의 역할, 평화로운 실내 인테리어의 예술, 호화로운 옷과 장신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먼저 유럽 궁정의 미술 후원(섹션 1)에서는 1600년부터 1800년 사이 유럽 예술의 막강한 후원자였던 궁정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본다. 여기엔 군주와 그의 여인들이 주문을 의뢰했거나 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출품된다. 이들은 호화로운 선물을 주문하고 주고받음으로써 이 시기의 미적 기준을 제시하고 디자인 아이디어를 유통시키는 역할을 했다.
오노레펠레,찰스2세의흉상,1684
도메니코귀디,교황 인노첸시오10세의흉상,1690
잔로렌초베르니니,토마스베이커흉상,1638
부채용 그림 트리아농 드 포슬렌에서 생활하였던 마담 드 몽테스팡 1690
권세와 영광(섹션 2)에서는 전쟁이 미술품의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또한 전쟁이라는 주제가 갑옷과 무기에서 태피스트리와 회화까지 궁정에서 사용된 물건을 장식하는 데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군사력이 어떻게 찬미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종교적 장엄(섹션 3)에서는 일반인이나 교회가 봉헌용으로 주문한 미술품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시기 궁정의 일상과 예법을 지배했던 가톨릭교뿐만 아니라 신교와 유대교 관련 유물을 함께 다루면서 각 종파의 교리와 시대적 정황이 장식 미술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실내 장식(섹션 4)에서는 궁정과 귀족 저택에서 사용되었던 가구, 직물, 자기를 살펴본다. 이 섹션의 출품유물은 장식과 사교를 목적으로, 다시 말해 과시하거나 개인적인 즐거움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많다.
코담배갑,1740-65
샤를크레상,코모드,1745-50
안락의자1760-70
마르탱카를랭,다용도스탠드,1777-85
코담배갑,1757-58
파로켓1676
세브르도자공장,장식품세트,1780-90
여행용면도기세트,1700-30
패션과 장신구(섹션 5)에서는 귀족들이 정성을 들여 자신을 가꾸는 데 사용한 옷과 장신구를 살펴본다. 패션과 장신구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열망을 과시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에, 자리의 성격에 따라 격식을 차리기 위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던 궁정 생활의 면면을 알아본다.
보디스장식,1700
안토니오포지,부채,1790
구두,1720-49
웨이스트코트,1780-90
티콜라베르나르,회중시계,1640-50
전시되는 작품은 당시 유럽 역사의 중요한 축이었던 군주와 귀족들의 생활에 가장 밀착되어 있으면서 그들의 의․식․주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한편으로는 강력한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사용자의 정체성을 대변했던 소품들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장식 미술을 주요하게 다루거나, 미술품의 수요자에 대해 집중 탐구하는 기회가 흔치 않았기에, 이번 전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이 시대 미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