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회고전




2011년을 여는 첫 전시로 『김종학』전을 개최한다. 3월 29일부터 6월 26일까지 과천본관(제2전시실)에서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설악산의 화가' 로 유명한 김종학의 50여년 의 화업을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에 현대미술의 도입과 정착이 이루어지던 시기, 김종학은 화단의 추상회화 열풍 속에서 나와 설악산에 칩거하며 삼십년 동안 묵묵히 구상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번 회고전을 위해 1950년대 후반의 과도기적 실험작부터 설악산 시대가 시작되는 1970년대 말 이후 최근까지의 대표작 70여점이 엄선되었다. 

고갱에게 타히티, 앤젤 아담스에게 요세미티가 있었다면 김종학에게는 설악이 있었다. 그의 설악산 시대는 1979년부터 시작되었다. 김종학이 설악산으로 들어간 것은 자연으 로의 회귀라기보다는 새로운 “화두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전위적인 실험정신과 추상의 논리를 버리고 그가 선택한 것은 뜻밖에도 꽃과 풀, 산과 달, 바람과 물이었다. 그의 작품 속에서는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과 작가의 힘찬 기운이 투쟁을 벌이고 있다. 나약하고 여성적인 꽃이지만 김종학이 붓을 휘두르면 울긋불긋한 꽃으로 뒤덮인 만화 방석(滿花方席)도 선이 굵은 남성적 풍경으로 변모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순령 학예연구사는 “작가가 추구하는 기운생동의 세계이자, 남성적 호쾌함이 넘치는 신명(神 明)의 세계”에 주목하였다고 말했다. 한편 속도감 넘치고 대담한 원색의 붓질로 자연의 강렬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는 자신의 작업을 두고 김종학은“추상에 기초를 둔 새로 운 구상”회화라고 정의한다. 

김종학의 풍경화는 설악산이라는 지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산하, 넓게는 보편적인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다. 꽃, 풀, 새, 나비 등 작품의 소재는 캔버스 안 에서 총체적으로 융화되면서 거대한 자연의 노래를, 그 농밀(濃密)한 기운을 뿜어낸다. 자연을 벗 삼아 삶을 예찬하는 작가 김종학의 풍경은 그가 두 발 굳게 디디며 살고 있는‘땅의 정신’과 자연에 대한 송가이다. 그 호방한 기개와 터질듯한 원초적 생명력은 삭막한 회색도시를 배회하는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자연의 치유력을 발휘할 것 이다. 그리고 새로움의 충격이라는 말초적 자극에 중독되어 방향을 잃어버린 현대미술에 회화 본연의 힘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