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앙은 인체를 주제로 작업한다. 일견 놀랍도록 사실적인 형상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이는 모방의 주체가 되는 원본을 가정한 재현개념으로서의 극사실적인 묘사가 아닌, 실재하지 않는 것을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서 선택된 사실주의라 할 수 있다. 즉 최수앙이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딱히 누구라 꼬집기는 어렵지만 현실세계에서 분명히 존재할 것만 같은 실체를 부여받은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보통의 사람들, 딱히 유명하지 않거나 주목대상에서 벗어난 범인(凡人)들을 작업의 주소재로 삼는다. 더 자세히 말하면 ‘현대인에게 정신병이란 누구나 하나씩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최수앙의 인물들은 평범하다기보다는 오히려 무언가 결여되거나 혹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여 원활하게 소통할 수 없는 상태로 놓여진다.
작가는 그 동안 몇 회의 개인전을 통해 병리학적 주제와 관련된 용어들을 타이틀로 사용해왔다. 이를테면 "가려움증(Pruritus)", "식물인간(Vegetative State)", “아스퍼거의 섬(Islets of Aspergers)" 등이 그것이다. 외양의 묘사 보다는 외형을 통해 자연스레 포착가능 한 인물의 내면, 즉 심리적인 상태에 큰 관심을 보이는 작가에게 이러한 병리학적 주제는 곧 작가자신 혹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소통의 부재와 연결된다. ‘병리(病理, phthology)’라는 말은 질병 그 자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징후를 통해 병의 원인 혹은 발생경로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이른바 정상의 상태라 할 수 있는 건강한 생체구조인 ‘생리(生理, physiology)’가 아니라 무언가 문제적 상황을 단초로 하여 거꾸로 질병의 본질을 추적해내는 이 일련의 과정은 최수앙의 작품들에서도 여실히 보여 진다. 관객들은 놀라우리만큼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인물들이 암시하는 몇몇의 징후를 통해 그 인물이 처한 상황 혹은 문제점들을 역추적 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가 ‘식물인간’라고 명명한 일련의 작업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무기력한 수동적인 상태를, ‘가려움증’ 작업을 통해서는 수동적인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불가피하게 자신이 능동적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가하게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그리고 ‘아스퍼거의 섬' 작업에서는 자폐증의 일환으로 일반적인 대인관계나 사회적인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특징을 실감나게 제시한다. 이러한 병리학적 징후들에서 진단 가능하듯 그의 작품을 대할 때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불편함은 내면에 잠재해있는 심리적인 답답함, 혼란스러움 혹은 부조리함에서 기인한다. 우리가 일상의 삶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외면하고 싶은 감정들 즉, 과잉·결핍·갈등의 세 가지 감정은 그의 작품을 읽어내는데 있어 중요한 접점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과잉 혹은 결핍된 요소를 갖고 있는데, 이를 겉으로 드러내다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이를 감추어야 할 어떤 것, 즉 터부시해야할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바로 여기에서 서로간의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최수앙 | Speaker | 30x38x84cm | Oil on Resin | 2011
최수앙 | Listener | 52x40x53cm | Oil on Resin | 2011
최수앙 | Atom | 27x27x53 | Acrylic on Resin, Walnut | 2011
최수앙 | Exits | 각21x26 x5cm(12p) | Acrylic Panel, Coating Steel, LED | 2011
최수앙 | Ordinary Laboratory, Mixed Media
최수앙 | The Hero | 34x45x110cm | Oil on Resin | 2009
최수앙 | Test Mice | 각 18x16x24 | Polymer Clay, Lighting Fixture, Acrylic Box | 2007
최수앙 | Vegetative State | 136x49x18cm | Oil on Resin | 2007
최수앙 | Voices | 각 43x26x128cm(16p) | Anhydrite plaster, Automotive painting on Resin | 2011
최수앙 | The Wings | 172x48x56cm | Oil on Resin |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