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눈


김연수가 사진 촬영할 때 보면, 그의 눈빛은 마치 매의 눈빛처럼 빛난다.
그는 마치 매의 눈을 가진 눈빛으로 사냥감을 포착하면 서성거림 없이 방아쇠(셔터)를 당긴다(른다). 결국 매는 순간의 모습으로 박제(이미지화)된다. 김연수 <바람의 눈>에서 우리는 사라져가는 한국의 맹금류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라져가는 한국의 매들 모습은 김연수가 오랫동안 자연의 현장을 찾아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하루 종일 혹은 몇 일간 기다림의 미학을 통해 담아낸 순간의 이미지들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주말 그는 또 어느 현장을 찾아 나서고 있을 것이다. - 류병학(전시기획자) -

물수리2008




물수리사냥2008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맹금류들 역시 매, 참매, 수리부엉이, 참수리, 물수리 등 국내 맹금류를 망라한다. 원체 맹금류는 자연생태계의 상위포식자로 개체수가 적은 희귀한 조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맹금류는 개체수가 많이 줄었을 뿐 아니라, 현재 대부분 멸종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한 종류의 맹금류를 찍기 위해 우선은 희귀한 맹금류를 찾아야 하는 것이 하나의 숙제이며, 찾아낸 맹금류의 사진에 담기 위해 길게는 수십 년간, 많게는 50번도 넘게 깊은 산 속, 가파른 절벽, 외떨어진 낙도를 오가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김연수 작가가 찍은 참매(보라매)는 천연기념물 323호 멸종위기 종으로 충북 남한강변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둥지를 약 4개월 동안 관찰하며 찍은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천연기념물 325호 수리부엉이 가족의 모습, 황조롱이, 흰꼬리수리수리의 모습 등 어느 것 하나 사연 없고 공들이지 않은 것 없다. 주말이나 휴일을 반납하고,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풀숲, 늪지, 절벽 등에서 밤낮없이 잠복하며 찍은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겼다.

 
매사냥과응사2010


보라매2009



솔부엉이a2009


수리부엉이유조2006


우리나라 텃새 중 가장 큰 새. 야행성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를 나는 무척 좋아한다.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찾으러 전국을 뒤졌지만 그들의 서식지는 한결같이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절벽이었다. 그러던 중 파주시 곡릉천변 절개지에서 수리부엉이가 해마다 번식한 곳을 발견했다.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2월부터 새끼들이 첫 비행일 시작한 5 3일까지 90일간 거의 매일밤 이곳을 찾았다.
검독수리2011



송골매2008


조류도감에 보면, 참매는 겨울철새로 분류되어, 겨울철에 소수가 남하하는 보기 드문 새로 나와있다. 그러나 매사냥의 원조국가인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참매는 수없이 등장한다. 특히 성군이었던 세종대왕이 명나라의 무리한 조공조건을 매와 참매로 대체한 기록은 우리나라 매 역사의 백미를 이룬다.

 
금눈쇠올빼미2005




흰꼬리수리사냥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