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포도밭의 사나이 에칭 56x76cm 연도 미상
19~20세기, 수많은 유럽과 북미의 작가들이 판화에 열광했다. 피카소를 비롯한 세잔, 보나르, 로트렉, 도미에, 마티스, 르누아르, 샤갈, 뭉크 등 나라와 국경을 막론하고 빛에 민감한 인상주의와 색감이 잘 살아나 있는 일본의 판화, 그리고 화려한 아르누보의 영향 하에 보다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보다 완벽한 작품의 탄생을 위해 전문적인 인쇄업체와 출판업자와 합작을 시도하는데, 기존 미술가가 홀로 담당했던 것보다 질이 향상되고, 훨씬 작가의 목적에 가까운 작품을 얻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미술가와 인쇄업자, 그리고 전문판화가 의 콜라보레이션(합작)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당대 판화제작의 합작은 판화의 대유행의 불씨를 지피는데 일조했다. 판화의 제작기법 발달에 따른 표현력의 향상으로 작품으로 소화하는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으며, 작품의 대중화와 출판물의 보급은 작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장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유명 작가의 판화작품만을 전문으로 콜렉션하는 ‘갤러리 아르떼 10’의 관장이자 콜렉터, 그리고 심장학박사인 페르난도 디에즈 관장의 소장품들이다. 오랜 세월 판화의 진수만을 모은 그의 콜렉션은 콜렉터의 기준과 심미안, 그리고 꾸준함이 콜렉션을 구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볼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는 특별히 그의 방대한 시대별, 나라별 판화 콜렉션 중 스페인의 거장들을 모았다. 비록 우리는 스페인이라는 나라로 한정했지만, 여러분이 더 잘 알다시피, 피카소를 비롯해 달리, 미로, 칠리다와 타피에스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 미국을 넘나들며, 각각 입체파, 초현실주의, 추상화와 앵포르맬을 대표하는 인물들이기 떄문에 실질적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근현대 사조를 폭넓게 살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당시의 판화기법과 유통은 물론이고 콜렉터의 심미안까지 덤으로 말이다.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판화 세계는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초현실주의 미술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책 오브제,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사랑받는 호안 미로의 쉽게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찾아온다. 한국에서 점차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으며 추상조각과 판화로 유명한 칠리다와 피카소보다 더 많은 작업량과 자유로운 추상표현주의의 타피에스 작품은 스페인 미술의 힘과 입지를 엿보게 한다.
타피에스 무제 석판화 76x56cm 1972
칠리다 Hildokatu 에칭 94x64.5cm 1981
미로 Godalla 석판화 82.5x58.5cm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