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보이스 : 멀티플

Wenn Ihr alle meine Multiples habt, dann habt Ihr mich ganz.
 너희 모두가 나의 멀티플을 가진다면, 너희는 나를 온전히 가진 것과 같다.
- 요셉 보이스

Filzanzug(1970), 170x100cm, 펠트 양복
ⓒ Joseph Beuys / BILD-KUNST, Bonn - SACK, Seoul, 2011


엘로우 (1977), 90 x 62.5 cm, 칼라실크스크린, 손글씨
ⓒ Joseph Beuys / BILD-KUNST, Bonn - SACK, Seoul, 2011

요셉 보이스(1921-1986)는 전후 유럽미술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이며 그의 삶과 예술이 불가분의 관계로 얽혀 있어 오늘날 여전히 ‘보이스’라는 작가는 복잡한 인물로 남아있다. 그의 신화, 과거 독일의 트라우마, 현대 사회와 정치적 이슈들은 전후 유럽의 주요작가인 그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작품들에 대한 평가에 언제나 따라다니는 것들이다. 2차원 내지 3차원 오브제를 에디션으로 남기는 것은 유럽의 멀티플 방식이었는데, 1930년대에 마르셀 뒤샹이 자신의 작품 69점을 박스 안에 미니어처 사이즈로 모아놓았던 것이 선구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보이스는 멀티플을 통해 좀 더 광범위하게 자신의 작품이 순환되기를 원했다. 에디션이 붙은 작은 오브제, 대량 생산된 엽서들, 펠트, 나무, 유리병, 캔, 악기, 레코드, 필름, 비디오, 퍼포먼스에 연계된 오디오 테입과 같은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은 그의 일대기와 아이콘에 대한 암시적 상징물들이다. 보이스가 꿀벌이나 토끼 피, 펠트와 지방과 같이 범상치 않은 재료들을 작품에 사용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중 비행기 추락사고 등에서 얻은 부상으로 시작된 치유와 탄생 개념, 그리고 그가 주장한 사회적 조각 이론에도 닿아 있다. 그의 사회적 조각이론은 혼돈 속 비결정적 상태의 사물에 조각과정을 통해서 질서를 부여하는 개념이었다. ‘모든 사람이 아티스트이다’라는 보이스의 주장이 그의 조각이론의 출발점이 된다. 과정으로서의 조각이론은 유동적인 것으로, 화학반응, 발효, 부식, 증발 속에서 변화해간다. “만물은 가변 상태 안에 있다”라는 그의 주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확대된 예술개념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신체 뿐 아니라 죽거나 살아있는 동물을 작품 속에 끌어들여 상처를 치유하려는 보이스의 퍼포먼스는 내면의 전쟁을 계속 치르고 있는 그를 신화 속 인물로 전설화시키는데 한 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