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o Hanazawa | At Dinner with Diana | 131.5x194cm | Oil and silverleaf on canvas | 2010
동시대 일본 현대미술과의 소통, 그 중심에 서다
가나아트는 일본 현대미술의 오늘을 대표하는 작가 12인의 그룹전 <Pathos and Small Narratives: Japanese Contemporary Art>를 개최한다. 일본 현대미술은 지금까지 1980년대 오타쿠 문화와의 연결선상에서 ‘수퍼플랫’이나 ‘재팬 애니 팝’을 중심으로 주로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본 전시에서는 사회로의 참여와 소통을 개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려는 일본 현대미술의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코자 한다. 타케오 하나자와, 미츠히로 이케다, 존 이토, 이즈미 카토, 마키코 쿠도, 마사히코 쿠와하라, 나오후미 마루야마, 카에 마스다, 쿄코 무라세, 유코 무라타, 토모코 나가이, 히로시 스기토 등 총 12인의 작품 약 50여 점이 출품될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도쿄국립근대미술관 큐레이터인 켄지로 호사카가 전시서문 필진으로서 함께 한다.
Takeo Hanazawa | Gyomu | 131.5x194cm | Oil on canvas | 2011
소박하면서도 사적인 기억의 편린들, Small Narratives를 통해 사회를 그려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 현대미술의 특징은 작가의 주관적 기억과 일상을 통해 자신 안에 생성된 혹은 반영된 사회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가령 마키코 쿠도(b.1978)는 일상적 경험의 흔적들과 그 시간 속에 녹아있는 고통과 기쁨, 슬픔과 희망과 같은 감정들을 상상적 공간 속에 그려낸다. 이와 비슷하게 토모코 나가이(b.1982)는 숲처럼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비밀공간 같기도 한, 마치 극장처럼 꾸며진 공간 안에 자신의 취향이 담긴 인형, 고양이나 곰과 같은 동물, 버섯, 나무 등을 리드미컬하게 재배열한다. 타케오 하나자와(b.1977)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판타지의 세계를, 유코 무라타(b.1973)는 우리 주변에 분명 존재하는 듯한 공간을 정적이 감도는 시공간의 풍경으로 묘사함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불완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며, 현실과 분리된 소외된 공간으로의 여행으로 이끈다. 마사히코 쿠와하라(b.1959)는 마치 어린 아이들이 자신의 인형이나 물건에게 갖는 정서적 감정과 분위기와 유사하게, 특별한 이름 없는 여러 모티브들을 화면 안에 유희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일본의 서브컬처, 키덜트 문화에서 보이는 시각적 가벼움, 미성숙한 소녀적 상상력을 반영한다. 이즈미 카토(b.1969)의 화면에서는 여러 겹의 양막에 둘러싸여 보호받는 듯한 기이한 생명체가 등장하며, 미츠히로 이케다(b.1978)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기묘한 풍경, 사건현장 같은 침묵과 고요함 등을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구도로 그러낸다. 이러한 일본작가들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가볍고 유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동시에 고립감과 편집증적 분위기를 뿜어낸다. 이는 마치 고도화된 사회 속에 무기력하게 틀어박힌 현대인의 절과 불안, 고독과 같은 정신적 상황에 대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Mitsuhiro Ikeda | Untitled | 145.5x227.3cm | Oil on canvas | 2011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감각의 소통, Pathos를 느끼다
오늘날 일본 현대미술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일본화, 유화, 만화,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그간의 현대미술, 다시 말해 현재 존재하는 이 시대의 미술표현 모두가 등가의 가치를 갖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간단한 매체로 즉흥적 표현이 가능한 드로잉이 중요하게 부각되며, 구상과 추상, 구축과 해체, 생성과 소멸 등 상반된 주제가 화면 안에 자유롭게 공존하고 있다.
Zon Ito | Anthropocentricity | 150x90cm | Embroidery on fabric (wood frame) | 2009
존 이토(b. 1971)는 캔버스 위에 여러 개의 짧고 가는 선들을 가지고 마치 하나에서 다른 것으로 변화하는 기이하고도 자유로운 형태의 풍경을 자수로 표현한다. 그는 전통회화에서 자유분방한 붓터치나 마티에르에서 찾을 수 있는 감정의 표출을 단지 변화 그 자체의 과정만을 강조하는 화면 안으로 옮겨온다. 나오후미 마루야마(b.1964)는 자신만의 독특한 번짐기법을 통해 온미함 속에 강한 긴장감이 공존하는 그림으로 재탄생시키는데, 이들의 작품에서의 이미지란 자유로운 상상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쿄코 무라세(b.1963)는 미세하게 진동하며 꿈틀거리는 듯한 선의 반복이나 면의 구성, 그리고 습한 기운을 띤 부정형의 (신체)형상을 통해 화면에 유기적인 운동감을 부여한다. 카에 마스다(b.1978)의 작품에는 마치 공간을 부유하는 이미지들의 파편들이 마치 모자이크를 구성하듯 한데 묶여 있는데, 이들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마치 공간을 부유하며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순수하게 존재함으로써 충만한 생명력을 전달한다.
Zon Ito | Squirrel Spirit | 80x118cm | Embroidery on fabric (wood frame) | 2009
일본 현대미술, 끊임없는 자기화의 과정을 향해 가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12인의 일본 작가들은 자신의 사적인 영역에 반영된 사회의 구조를 관찰하고 이를 자신만의 풍경 속에, 또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표현 수단 속에 표출함으로써, 자신이 몸담고 살아가는 이 사회에 대한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각자만의 독특한 시각을 드러낸다.
Izumi Kato | Untitled | 116.7x80.3cm | Oil on canvas | 2011
한지에 깃털처럼 가벼운 터치로 여백의 미를 추구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꿈과 이상 세계를 가볍고, 동적인 선들과 연한 색의 결합으로 쾌활한 분위기를 연출해 온 히로시 스기토(b. 1970)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그대로인 채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 어떤 물체가 나타나거나 입력되면, 같은 순간 대신 다른 그 무언가가 사라지죠. 저는 그저 영원히 반복되는 게임처럼 이들을 쫓고 있을 뿐입니다.”
Izumi Kato | Untitled | 194x130.3cm | Oil on canvas | 2011
이처럼 오늘날 일본 현대미술의 최전선에 서있는 이들은 사회를 자신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회가 담긴 거울로 보고 다듬어간다. 다시 말해, 미술을 통해 오늘날의 일본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에 대해 비평적 언급을 하는 대신에 개개인의 삶 속에서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니며 나타나는 ‘지금’, ‘여기’에 대해 주목한다. 이번 <Pathos and Small Narratives: Japanese Contemporary Art>가 개인의 일상과 기억에 잠겨있는 예술적 상상력과 더불어 사회와의 자유로운 소통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Makiko Kudo | Time to Sail | 227x365cm | Oil on canvas | 2010
Makiko Kudo | May I Come in | 182x227.5cm | Oil on canvas | 2011
Masahiko Kuwahara | Lanolin | 91x116.7cm | Acrylic on canvas | 2009
Masahiko Kuwahara | Industrial chemistry | 65.2x91cm | Acrylic on canvas | 2009
Naofumi Maruyama | Puddle in the Woods 4 | 227.3x181.8cm | Acrylic on cotton | 2010
Naofumi Maruyama | Puddle 1 | 60.8x73cm | Acrylic on cotton | 2011
Kae Masuda | everlasting green | 130.3x162 cm | Oil on canvas | 2011
Kae Masuda | paper town | 130.3x194cm | Oil on canvas | 2008
Kyoko Murase | Sapphire (Lemon) | 240x190cm | Oil, color pencil on cotton | 2010
Kyoko Murase | Lily | 200x190cm | Oil, color pencil on cotton | 2010
Yuko Murata | Vitamin Juice | 53x65.1cm | Oil on canvas | 2011
Yuko Murata | Soft Day | 33.3x24.2cm | Oil on canvas | 2011
Tomoko Nagai | Puppet and Various Countries | 162x194cm | Oil,glitter,modeling paste on canvas | 2011
Tomoko Nagai | The Snow-Child-Girl | 162x131cm | Oil,glitter on canvas | 2011
Hiroshi Sugito | Untitled | 140.5x260cm | Acrylic, graphite on canvas | 2011
Hiroshi Sugito | Untitled | 27.5x41cm | Oil, acrylic, graphite on canvas |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