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 인터스케이프

풍경사진의 새로운 안목
 
최연하 _ 독립큐레이터
 
 
풍경사진의 난해함은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하며 겪는 어려움으로 통한다. 그것은 풍경을 보고 해석하는 시각과 방법에 따라 다채로운 감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적인 환영, 또는 사실과 환영의 사이, 혹은 사실 너머를 보게 하기 때문에 때론 불편하기도 하다. 게다가 풍경사진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로맨스에 비탄적 정서가 가미되면 속수무책이다. 초기 작업부터 현재까지 환경과 사회, 역사에 대한 사진의 앙가주망을 시도해온 박정민은 이번 <인터스케이프 Interscape> 전시에서 대상에 대한 자율적인 이해를 이미 확보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풍경을 인지하는 시각이 넓어졌고, 현실에 대한 고민은 깊고, 형식적인 완성도도 높아졌다. 철학과 사진학을 전공하고 문화예술단체에서 축적된 경험치가 잘 녹아들었다. 흔히 사진적인 말로 대상을 향한 객관적거리두기, ‘중립적인 자세가 풍경사진에 대한 이해를 꾀하는데 중요한 형식이라고 생각했다면 박정민의 일련의 사진들을 따라가며 형식의 새로운 안목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겠다.
 
박정민의 풍경 속, 눈 덮인 아름다운 설원과 무진霧津의 강가, 석양의 강은 고요히 아름답다!? 영산포를 향해 솟은 모래 산, 남한강에 가지런히 놓여진 벽돌은 장엄한 대지예술이다. 작가가 강을 따라 여여하게 걸어 당도한 곳마다 신록, 설국, 노을, 신새벽의 시간대로 잘 짜여진 드라마 같다. 이렇듯 작가의 은폐는 시간의 컬러로부터 시작된다. 컬러로 일단 풍경에 기대하는 관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 뒤 사진 찍을 때처럼, 다시 여여하게 설명한다. ‘이곳은 공사가 중단된 곳이고, 폭우로 공사 도중 벽돌은 침수되었고, 겨울이 되어 현장은 눈 덮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야곱의 사다리처럼 산으로 길게 뻗은 포크레인 캐터필러 자국도 선명하다. 포격장이었던 매향리는 짐짓 평화롭고, 물줄기를 새롭게 뚫은 경인운하의 노을은 주홍 립스틱이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변형되는 풍경 앞에서 잭슨의 문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풍경사진은 공간의 조직체계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그 공간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묻지 않으면 풍경사진의 의미를 알 수 없다.”(J.B.잭슨)
 
박정민의 사진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지의 모성성을 그리워하는 촉촉한 감성의 울림을 들을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해 흘러야만 할 강물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샛강 바닥 썩은 물에’1) 뜨는 달을 보고 돌아가야 하는 심정도 헤아려졌다. 적막함이 감도는 정지된 풍경 속에 촘촘히 각인된 숱한 삶의 애환들도 보여졌다. 그 순간 사진 위로 바람이 불어왔다가 불고 간다. 그만큼 정치精緻한 구성력으로 시간의 흔적은 선명하기만 하다. 그의 사진은 역사의 시선으로 이 땅의 풍경을 써낸 생태 보고서인 셈이다. 그러니 이 사진들 앞에서 작가의 미적 감수성과 역사적 의식, 생태적 통찰이 보일 수밖에. 박정민 풍경의 안목이 어디로 향할지 기대할 일이다.

1) 정희승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인천, 경인운하, 2010


여주, 준설토 적치장, 2011


공주, 곰나루, 2011


상주, 경천대 국민관광지, 2010


나주, 앙암, 2009


여주, 신륵사 앞, 2011


부여, 금강, 2009


단양, 남한강, 2010


옥천, 장계 국민관광지, 2009


화성, 매향리, 2010